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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book/산[山]

겨울 산행의 명소 덕유산을 가다.

덕이 많다하여 덕유산이라 불린다던데, 나에게 덕유산은 덕악산이었다. 덕유산 산행을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처음부터 겁을 주려는것 같아 미안하지만 내 감정상으로는 그랬다. 악산이라는 악산은 많이 가보았지만(설악산, 북한산, 월악산, 치악산...) 치악산에 비해 덕유산이 더 힘들었던것 같다. 물론 설악산과 비교하라면 당연히 설악산이 힘들다.

그러니 산행 출발지의 고도가 높아 실제 산행 높이가 낮다고 얕잡아 보면 안된다. 실 산행 높이가 낮다고는 하나 남한에서는 4번째로 높은 산이니 결코 무시해서는 안되는 산이다.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다음으로 높음. 해발 1614m)

2012.02.19 덕유산 산행의 고도와 속도 그래프

GPS 측정기가 따로 없어 핸드폰으로 측정을 하다보니 가끔 정확한 측정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등산시의 속도가 일정한 부분은 측정에 문제가 있었고, 하산시 거의 다 내려와 치솟은 속도도 측정에 조금 문제가 있었던듯 싶다.

아무튼 9시33분 산행을 시작해 3시 47분에 산행을 마쳐 총 산행시간은 6시간 14분이 걸렸다.
등산 경로 : 무주구천동 주차장 - 삼공 탐방 지원센터(7분) - 인월담(25분) - 덕유산 휴게소(35분) - 백련사(1시간 13분) - 정상(3시간) - 향적봉 대피소(3시간 9분)- 점심[향적봉 대피소에서 40분간 : 3시간 49분] - 백련사(4시간 56분) - 덕유산 휴게소(5시간 38분) - 인월담(5시간 47분) - 삼공 탐방 지원센터(6시간 4분) - 주차장(6시간 14분)

덕유산 북쪽 등산로인 무주구천동에서 산행 시작을 했는데 뜬금없이 서쪽 등산로에 있는 용추폭포 사진이 왜 나오느냐 하면 바로 계획했던 산행 경로는 용추폭포 기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뭔일 ㅠㅠ 갔더니 16일부터 서해안에 내려진 대설관련 기상 특보 때문에 입산 통제가 내려졌던 것이다. 아뿔사... 그래서 결국 차를 돌려 무주구천동으로 향했다.
무주구천동으로 이동하는데 저 멀리 덕유산이 구름에 가려 정상이 보이지 않는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산행이 걱정이다.
아니나 다를까 차를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하는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바람도 강하게 불고 구름도 끼어 여전히 산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돌아갈 수는 없는 일. 산행을 시작하였다. 무주구천동에서의 산행은 계곡을 따라 백련사까지 완만한 길을 따라 걸어간다. 길이 생각보다 길어 6km에 이른다. 포장이 된 길이라 약간 지루할 수도 있고 발에 무리가 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너무 힘을 빼면 백련사부터 바로 시작되는 가파른 언덕길에서 쉽게 지칠 수가 있다.
계곡으로 들어서 한참을 걷다보니 다행하게도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고 어둡던 하늘이 맑아지기 시작한다. 이대로면 정상에서의 경치는 안봐도 환상적일 것 같다.
드디어 길고 길었던 길의 끝. 백련사 일주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백련사는 신라때 지어진 사찰인데 왜란가운데서도 꿋꿋이 살아 남았으나 6.25 전쟁 때 불타 소실되었다. 

백련사를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벌써부터 가파른 길의 시작이다. 덕유산 산행의 최대의 적은 계단인데 정상까지 수시로 나타나는 계단이 산행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정상에 점점 다가서자 주목과 구상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뭇가지의 눈들은 대부분 바람에 날리거나 녹아 내렸지만 주목과 구상나무 위의 눈들은 아직 녹지 않아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눈이 어찌나 많이 내렸는지 눈 위로 솟아오른 나무로 이곳이 등산로임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이중에는 계단이 설치된 등산로도 있었는데 다행인지 눈으로 인해 싫어하는 계단을 안올라도 되서 나는 좋았다.
태백산의 주목도 멋있었는데, 이곳의 주목과 구상나무 그리고 고사목들도 아주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래도 주목하면 태백산인것 같다. 오대산 주목도 끝내준다는데, 아마 오대산을 갔다오면 태백산 주목도 밀려날지 모르겠다.
유명한 산 답게 등산객들이 아주 많았다. 좁은 구간에서는 쌍방 통행이 안돼 한참을 기다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하늘은 더 파란 빛깔을 내고 나뭇가지에 상고대가 피어있었다. 푸른 하늘 아래로 하얀 상고대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능선의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바람 한번에 나뭇가지에 핀 상고대들이 하얀 눈발을 날린다. 바람은 시리지만 이것도 장관이다.
정상을 불과 몇미터 남겨놓지 않고 발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산에 다니면서 이런적이 없었는데, 정말 한발자국도 떼기가 힘들었다. 배가 너무 고파 탈진할 정도였는데, 그동안 산행하면서 아침 안먹었다고 이렇게 힘든적은 없었는데 이번 산행은 정말 힘들었다. 역시 만만하게 볼 산은 아니다.

어쨌든 정상을 눈 앞에 두고 잠시 쉬는 바람에 산 아래 멋진 고목을 발견하였다. 놓치고 올라갔으면 아쉬울뻔 했는데 배고픈게 전화위복이 되었다. 좀 쉬고 나니 괜찮아져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정상에 오르니 동쪽의 산맥들이 멋지게 펼쳐진다. 아침의 구름은 다들 어디로 갔는지 언제그랬냐는듯 청명한 하늘이 등산객의 힘든 마음을 싹 잊게 해주었다.
남쪽을 바라보니 중봉이 보이고 저 멀리 남한에서 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지리산 천왕봉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정상에서 중봉방향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면 향적봉 대피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정상 표지석에서 기념 사진과 설천봉 사진을 남기고 급히 내려갔다. 바람이 어찌나 찬지 오래 있고 싶어도 정상에서 오래 머물수가 없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설천봉에 내려가보는 것이었는데, 배가고파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향적봉 대피소로 내려갔다. 밥을 먹는 중에도 추워서 벌벌 떨었다. 치악산에 올라 춥다고 난리를 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치악산은 세발의 피였다.

춥고 배고픈 고된 산행이었지만 겨울 산행의 명소를 꼽으라면 나는 소백산, 태백산과 함께 덕유산을 꼭 선택할 것이다. 이번주 부터 날이 풀린다고 하니 마지막 겨울 산행을 아주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든다.

여건상 등산하기 힘들다면 무주 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정상 바로 아래 설천봉까지 쉽게 오를 수도 있으니 이 또한 방법이 될 듯하다. 곤돌라를 통한 등산으로 이른 아침의 상고대와 일출을 볼수있다면 이것만으로도 후회 없는 산행이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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