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book/산[山]

한라산 연보라빛 철쭉에 물들다.

newdoll 2016. 6. 11. 23:00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라산을 찾았습니다. 

철쭉 개화 시기에 맞춰 6월 4일부터 6일까지 계획을 세웠으나 다들 언제 예약을 하셨는지

6일 서울행 비행기표는 찾아 볼 수가 없어 1박2일의 일정으로 제주 방문을 하였습니다.


4일 저녁에 제주에 내려가 1박을 한후 5일 한라산 산행을 하였습니다.

4일 늦은 저녁까지 제주에는 돌풍을 동반한 비가 내려 걱정을 했으나 5일은 전국이 대체로 맑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잠에 들었습니다.

많은 등산객들이 올것으로 예상되어 5시에 일어나 씻고 산행 준비를 하여 영실휴게소에서 7시 산행을 계획하였으나

렌트한 차량의 기름을 확인하지 않은 관계로 1100도로 진입을 앞두고 서귀포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했습니다.

덕분에 예정보다 더 지체하여 8시쯤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아침에 숙소를 나왔을때 하늘은 흐렸고 한라산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1100도로도 구름에 갇혀 안개비가 내렸는데 영실 휴게소에 도착하니 구름이 걷히고 있었습니다.

영실기암의 병풍바위로 구름이 상승해 흩어지기를 반복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구름위에 올라서게 됐습니다.


구름 바다 위에 있으니 신선이 된것 같은 기분입니다.

계속 산 아래에만 있었다면 아마도 이날 하루 종일 우중충한 날씨로 알고 지냈을 겁니다.

실제로 산행 후 하산하니 산 아래는 안개비가 내렸다 그치기를 반복했습니다.


연휴라 산악회부터 개인까지 많은 등산객이 한라산을 찾았습니다.


병풍바위 절벽으로 연분홍 철쭉이 얼굴을 내밉니다.

이날 1500고지 아래로는 철쭉이 거의 지고 없었고 위로 철쭉이 보이기 시작해 윗세오름에서 만개를 했습니다.


저는 한라산 영실코스에서 1500고지 위 등산로 좌측으로 난 고사목 지대를 참으로 좋아합니다.

죽었지만 기품이 풍기는 세월의 흔적과 새생명에게 빛을 내어준 배려까지 고마움이 느껴집니다.


걷혔던 구름이 아래에서 다시 상승해 능선을 넘으며 살짝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드디어 윗세오름으로 향하는 능선길에 올라 섰습니다.

눈앞으로 끝없이 펼쳐진 철쭉군락이 눈에 들어오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움에 감탄만 나옵니다.

웃세족은오름을 배경으로 푸른 하늘과 흰구름 분홍빛 철쭉. 어느것 하나 부족한게 없습니다.

먼저 도착한 등산객들이 웃세족은오름 위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기 바쁩니다.


저도 전망대에 올라 봤습니다. 처음 이 전망대에 올랐던게 11월 초가을 이었는데, 전망대에 오를때마다 항상 그때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영하로 내려간 기온에 데크길 바닥은 내린 서리가 얼어 붙어 미끄러웠고 매서운 바람에 전망대 밑에 들어가 해가 나기까지 바람을 피해있었습니다.

혼자한 산행에 새벽 산행이라 아무도 없었는데, 이러다 저 체온증이 오는게 아닌가 걱정을 했었습니다.


그때만 생각하며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아직도 볼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전망대에서 보이는 웃세누운오름의 마스코드 바위입니다.

화산 폭발시 솟아오른 마그마가 식은것 같지는 않고 폭발때 튕겨져 나온 돌덩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올라온 방향을 바라보니 철쭉군락이 끝이 없습니다.


이제 전망대를 내려와 대피소를 거쳐 남벽분기점으로 향합니다.



대피소로 향하는 길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병풍바위를 지나 윗세 오름까지의 산행이 끝없이 펼쳐진 철쭉 군락지를 바라보는 산행이라면

대피소를 지나 남벽까지의 코스는 철쭉을 등산로 바로 옆에 두고 가까이 볼 수 있습니다.



화구 외벽 풀한포기 나기도 힘들것 같은 바위 위로도 철쭉이 피어났습니다.

현무암 화구벽이 꼭 시멘트를 부어 놓은것 같습니다.


지대가 높아 기온이 낮다 보니 구상나무 꽃이 이제야 만개했습니다.



8시쯤 시작한 산행의 종착지인 남벽 분기점에 3시간 후인 11시쯤 도착을 하였습니다. 

영실휴게소에서 윗세오름까지 1시간 30분정도 걸리고 윗세오름에서 남벽분기점까지 1시간 정도 걸리니

사진찍으며 여유로운 산행치고는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습니다.

남벽에서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일정보다 빨라 다시 윗세오름으로 돌아가 점심을 먹기로 하였습니다.


돌아가는 길 뒤를 돌아보니 갈때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 옵니다.

운동도 좋지만 여유를 가지고 최대한 많이 느끼고 담아가는 산행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북동쪽에서 계속 몰려오던 구름이 걷히며 백록담 화구가 선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웃세 붉은 오름의 철쭉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남벽 분기점까지 산행시 웃세 붉은 오름과 방에 오름 주위의 철쭉 군락이 화려합니다.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해 점심을 먹는데 북동쪽에서 구름이 잠시 몰려 오더니 

남쪽에서 구름이 몰려 올라옵니다. 순간 구름에 갇혔다 다시 하늘이 열렸다를 반복했습니다.

식사 후 좀 대기하다 구름이 걷히는것 같아 하산을 시작했는데 얼마 못가 구름에 완전히 갇혔습니다.

역시 변화무쌍한 날씨가 높은 산은 높은 산이구나 싶습니다.


하산때 웃세족은오름 전망대에 다시 올라 구름이 걷히기를 기다렸는데

구름이 몰려 왔다 걷히기를 반복할뿐 날이 맑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아 그냥 하산을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걷혔다 다시 갇히기를 반복하더니 하산을 결정하고 내려서자 완전히 구름속에 다시 갇혔습니다.




흐릿해진 시야는 병풍바위로 다가갈수록 더 좁아져 구름속 산행이 되었고 영실 휴게소에 도착후 1100도로로 내려서자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하산시 화구벽을 배경으로 다시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구름에 갇혀 아쉽게도 화구벽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한라산이 내년에 다시 오라고 하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