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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book/Japan

후지산(富士山) 등반기 2편

새벽 1시 30분 다시 산행이 시작되었다. 묵었던 산장에서 정상까지는 2시간이 걸린다고 했지만

사람들의 행렬과 고산병에 대한 걱정에 여유를 가지고 출발하였다. 이날 일출 시간은 5시였으니 3시간을 예상하고 출발하였다.


<둘째날 일정>

1:00 기상 - 1:30 산행 시작 - 4:30 정상 도착 - 5:00 일출 구경 - 5:40 분화구 구경 - 6:00 하산 - 7:10~7:30 아침 -

9:00 오합목 도착 - 10:00 신주쿠행 버스 탑승 - 12:30 신주쿠 도착 - 14:00 하네다 국제 공항 도착 -

탑승수속 및 점심 식사 후 16시 25분 비행기로 출발 - 18:30 김포공항 도착


출발하고 처음에는 괜찮았으나 조금 오르다 보니 사람에 막혀 내 의지대로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앞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올라가기 힘들어 지는데 위로 갈수록 길이 좁아져서 더욱더 그렇다.

어차피 산소 부족으로 힘들어 지니 조금 여유를 가지고 산행을 하면 좋을 듯 싶다.


정상을 얼마 안남겨 놓고 뒤를 보니 점점 여명이 밝아 온다. 이상태에서 30여분 지나면 해가 떠오른다.

날이 맑아도 고산이라 새벽에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갈 수 도 있으니 방한 대책을 잘 세워야 한다.

정상으로 갈수록 걸음이 늦어져 땀이 식으면서 저체온증이 올 수 있으니 꼭 여벌의 옷을 챙기고 바람막이도 준비해서 가야 한다.




드디어 시작된 일출. 일출은 어디서 봐도 멋진 광경이지만 날씨 운이 따라주니 더 감동으로 다가 온다.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모두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 모두들 해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상의 분화구는 한라산, 백두산을 따라갈 수가 없다. 뭐 백두산 천지야 세계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으니 두말하면 잔소리고

백록담도 초록 빛 신록과 푸른 물이 아름다운 빛깔을 만들지만 여기 후지산은 고산이라 풀 한포기 없고 여름인데도 분화구엔 얼음이 존재한다.

파란 하늘과 흰구름만 아니면 여기가 화성이다 해도 믿을만큼 삭막한 풍경이다.


분화구 반대편으로 보이는 가장 높은 곳이 후지산 정상 3776m이다. 요시다 등산로로 올라온 곳의 높이는 3720m 정도로 정상보다는 50m 정도 낮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20여분정도가 걸리는데 예약한 차 시간때문에 바로 하산을 결정 했다.


정상은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기온이 낮아 고드름이 맺혀있다.


하산길은 등산로와 달리 궤도차가 정상까지 오를 수 있도록 닦아 놓은 길을 따라 내려간다.

지그재그로 6합목까지 계속 내리막이라 힘들진 않지만 모래길로 자갈이 신발 안으로 자꾸 들어오니 발목이 있는 등산화에 바지가 등산화를 덮으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스패츠를 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또한 등산로가 북동쪽에 위치해 하산내 햇볕을 받아야 한다. 그러니 썬크림 필수! 모자, 썬글라스도 필수!

썬크림 바르기 싫으면 긴팔이나 토시를 준비하는게 좋겠다. 구름에 가리면 그나마 괜찮은데 그렇지 않으면 볕이 정말 따갑다.



하산길은 계속 내리막인데 이정도 수준의 평지길은 거의 없고 경사가 심한곳은 꽤 가파르다.



내려오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그재르로 이어진 흙길이다.



8시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지면이 데워졌나 보다. 상승 기류가 발생하면서 구름이 만들어 졌다.


구름은 상승하다 흩어져 사라졌지만 6합목에서 7합목 사이는 첫날과 같이 다시 구름속에 갇혔다.


오르막의 시작이었던 6합목까지 내려오니 첫날은 잘 보이지 않았던 요시다 등산로의 산장들의 모습과 정상이 희미하게 눈에 들어 온다.

하산은 아침식사 20분을 제외하면 2시간 40분 정도가 걸렸다. 오합목에 9시에 도착해 10시 버스 출발까지 짐 정리 및 기념품 가게를 들렀다.


버스 정류장 바로 옆으로 목욕탕이 있는데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샤워를 하는건데 아쉽다.

산장에서도 씻지를 못하니 이틀동안 쩔은 땀냄새와 떡진 머리가 신주쿠에 도착하니 괜히 창피해졌다.

다행히 준비해간 모자로 머리는 숨겼다. ^^


아무튼 이리하여 새벽 3시에 집에서 출발한 후지산 등반은 다음날 저녁 9시 집에 도착하여 42시간의 대장정을 마무리 하였다.

일본말에 한번도 후지산을 오르지 않은 사람은 바보, 두번 오른 사람 또한 바보라는 말이 있다는데 맞는 말인 것 같다.

한번은 도전해 볼만 한데 두번가기에는 산이 좀 재미가 없긴 하다.


그래도 정상에서 바라본 일출과 산장에서 바라본 풍경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태어나서 언제 한번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라 보겠나 싶기도 하고...

바보 소리를 듣더라도 기회가 되면 서쪽에서 올라 일몰도 한번 보고 싶고 3720m가 아닌 3776m를 밟아 보고 싶기도 하다.